의뢰인 혐의
의뢰인은 10년 가까이 피해자가 발주받은 공사 현장에서 방수 작업을 맡아 온 도장공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일을 함께하며 쌓인 신뢰 관계가 있었던 만큼, 피해자도 의뢰인의 말을 쉽게 믿을 수 있는 사이였습니다.
의뢰인은 어느 해 봄 피해자에게 주식 시세 그래프와 계좌 잔액 화면 등을 보여주면서, 자신은 외환거래와 코인 투자로 돈을 불리는 데 소질이 있고 나름의 투자 비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가족에게서 받은 돈으로 몇 배의 수익을 내고 있는데 시드머니가 부족하니 청약금 명목으로 돈을 융통해 주면 불려 주겠다, 대형 거래소의 우량 회원이라 상장 예정인 코인 정보를 받아 대신 사들여 수익을 올려 주겠다, 원금은 절대 손해 볼 일이 없고 이자도 두둑이 챙겨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의뢰인은 일정한 직업이나 소득이 없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상태였고, 받은 돈을 자신의 빚을 갚거나 생활비로 쓰거나 수익이 불확실한 코인에 투자할 생각이었을 뿐, 피해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약속대로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형편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상장 예정 코인 청약금 명목으로 처음 1,000만 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약 2년 반에 걸쳐 51회 동안 합계 1억 7,500여만 원을 송금받았고, 검찰은 이를 하나의 사기 범행으로 묶어 기소했습니다.
사건의 쟁점
투자금이나 청약금 명목으로 받은 돈을 둘러싼 사기 사건에서 핵심은, 돈을 받을 당시 약속한 대로 원금과 수익을 돌려줄 의사와 능력이 의뢰인에게 있었는지입니다. 받은 돈을 약속한 코인 매수가 아니라 자신의 채무 변제나 생활비에 썼다는 사정, 그리고 안정적인 소득 없이 이미 빚을 지고 있었다는 사정이 함께 드러나면, 처음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 없이 돈을 받았다고 평가되기 쉽습니다.
이 사건은 받은 횟수가 51회에 이르고 피해 금액 합계가 1억 7,000만 원을 넘는 거액이어서, 죄질 자체가 가볍게 평가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피해자와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 온 관계를 이용했다는 점도 비난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였습니다.
이러한 사정 앞에서 사기죄의 성립 자체를 다투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랐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혐의를 다투기보다, 의뢰인이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고 피해 회복과 합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이 의뢰인에게 가장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행히 의뢰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오랜 기간 함께 일하며 쌓인 관계가 남아 있어,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변제 노력이 합의로 이어질 여지가 있었습니다.
김앤파트너스의 조력
저희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변론을 정리해 재판부에 전달했습니다.
첫째,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의뢰인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혐의를 부인하며 다투기보다, 피해자에게 큰 손해를 입힌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보이는 것이 양형에서 더 유리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둘째, 피해자와의 합의에 가장 큰 힘을 쏟았습니다. 의뢰인과 피해자가 오랜 기간 함께 일해 온 사이라는 점을 토대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거듭한 끝에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렀고, 피해자로부터 의뢰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받아냈습니다. 거액의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는 양형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사정인 만큼, 이를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셋째, 의뢰인에게 유리한 정상들을 빠짐없이 모아 참고자료로 제출했습니다. 의뢰인은 그동안 단 한 차례도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초범이었고,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무리한 금전 거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의뢰인의 나이와 성행, 환경,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반성의 정도 등 형을 정하는 데 고려될 수 있는 사정을 정리해, 재판부가 의뢰인의 처지를 충분히 살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건 결과
대구지방법원은 의뢰인에게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를 적용하여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하면서,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그 형의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액이 1억 7,000만 원을 넘는 거액이라는 점을 불리한 사정으로 보면서도, 의뢰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점, 상대방인 피해자가 의뢰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그리고 의뢰인에게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습니다. 여기에 의뢰인의 나이와 성행, 환경,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두루 살펴 형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 금액이 1억 원을 훌쩍 넘고 범행이 수십 차례 반복된 사기 사건은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어 법정구속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사건에서 의뢰인이 구속을 면하고 집행유예로 일상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불원의 의사를 받아낸 노력과 초범이라는 사정이 양형에 의미 있게 반영된 결과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