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혐의
의뢰인은 아직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청년으로,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인스타그램에서 부업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고 메신저로 담당자에게 연락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담당자는 처음에 ‘Wintra’라는 앱을 설치하게 한 뒤,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고 조회수를 올린 인증을 하면 한 건당 몇천 원씩 적립해 주는 단순한 일을 시켰습니다. 실제로 적립금이 쌓이고 인출도 되자, 담당자는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고수익 미션 알바를 제안했습니다. 알려주는 계좌로 일정 금액을 먼저 입금한 뒤 미션을 수행하면 원금과 함께 고수익을 돌려준다는 방식이었는데요. 의뢰인은 처음 몇 차례는 입금한 돈에 수익이 더해져 실제로 인출되는 것을 보고 이를 믿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의뢰인은 더 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50만 원을 입금했지만, 이번에는 추가로 더 큰 금액을 입금해야 미션이 완료된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추가 입금을 위해 대출까지 알아보았으나 무직 상태여서 대출이 거절되었고, 결국 미션을 끝내지 못한 채 이미 보낸 50만 원이 묶여 버렸습니다. 의뢰인이 그 돈을 돌려달라고 하자 담당자는 환급을 위해서라며 신분증과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요구했고, 의뢰인은 돈을 돌려받을 생각으로 자신 명의의 계좌 정보를 넘겨주었습니다.
그 후 의뢰인의 계좌에는 어느 사기 피해자가 송금한 돈이 들어왔고, 의뢰인은 담당자가 시키는 대로 그 돈을 다른 계좌로 이체하면서 한 건당 만 원 안팎의 소액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경위로 의뢰인은 자신의 계좌가 사기 범행의 자금 세탁 통로로 이용되었다는 이유로 사기방조와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를 받아 입건되었습니다.
사건의 쟁점
이 사건에서 사기방조 혐의의 핵심은, 피해금이 의뢰인의 계좌를 거쳐 갈 당시 계좌 명의자인 의뢰인이 그것이 사기 범행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의 핵심 역시, 의뢰인이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점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넘겼는지에 있었습니다. 두 혐의 모두 의뢰인의 고의, 즉 사기 가담에 대한 인식이 인정되어야 처벌이 가능한 구조였습니다.
의뢰인은 단순한 부업 아르바이트라고만 생각했을 뿐, 자신의 계좌가 범죄 자금을 옮기는 데 쓰인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의뢰인 자신도 미션 알바를 하려고 송금한 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계좌까지 묶여 버린, 동일한 수법의 피해자였습니다. 다만 객관적으로는 의뢰인의 계좌로 피해금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간 흐름과 소액의 대가가 오간 사실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가담 정황으로 의심할 만한 외형이 갖추어져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사건을 의뢰인이 사기 범행에 가담했는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에게 처음부터 사기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객관적인 자료로 또렷하게 드러내는 방향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앤파트너스의 조력
저희는 다음과 같은 갈래로 변론을 구성해 수사기관에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첫째, 의뢰인이 이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했습니다.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고 연락한 단계부터 앱 설치, 소액 미션 수행과 인출, 고수익 미션 권유, 50만 원 입금과 미션 실패, 환급을 명목으로 한 계좌 정보 요구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메신저 대화 내역과 앱 적립 화면, 계좌이체 내역으로 뒷받침해, 의뢰인이 부업으로 인식하고 행동했을 뿐이라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둘째, 의뢰인 역시 피해자였다는 사정을 부각했습니다. 의뢰인은 미션 알바를 위해 송금한 50만 원을 돌려받지도 못한 채 계좌가 정지되어 추가로 얻은 이익도 없었고, 사건 이전에는 별개의 보이스피싱으로 직접 피해를 입은 적도 있었습니다. 가해자가 아니라 같은 수법에 당한 피해자의 위치에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셋째, 사기 가담의 고의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을 모았습니다. 의뢰인은 계좌가 정지되었다는 통지를 받자마자 담당자와의 연락을 끊고 곧바로 금융기관에 문의했으며, 정지가 해제되자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즉시 계좌를 해지했습니다. 사기 범행에 가담한 사람이라면 보이기 어려운, 추가 피해를 막으려는 태도였습니다. 메신저 대화 내역 어디에도 의뢰인이 사기 범행을 인식했다고 볼 만한 내용이 없다는 점도 함께 짚었습니다.
넷째, 의뢰인의 인지 능력에 관한 심리학적 평가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의뢰인은 전반적인 인지 수준과 언어 능력이 또래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였고, 이러한 평가 결과는 의뢰인이 담당자의 말을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계좌 정보까지 넘기게 된 경위를 설득력 있게 뒷받침하는 자료가 되었습니다.
다섯째, 의뢰인의 양형 자료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의뢰인은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으로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었고, 가족과의 유대도 두터웠으며 봉사활동에 참여해 온 이력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계좌 정보를 경솔하게 넘긴 잘못을 전부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자필 반성문과 가족의 탄원서, 재직증명서, 봉사활동 자료와 함께 전달했습니다.
사건 결과
서울 관할 경찰서는 의뢰인에 대한 사기방조와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 모두에 대하여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경찰은 의뢰인이 주고받은 대화 내역을 확인했으나 모두 고수익 아르바이트에 관한 내용일 뿐, 의뢰인이 사기 범행에 가담하거나 자신의 계좌로 들어온 돈이 사기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 만한 대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의뢰인이 계좌 정보를 넘긴 것은 자신이 송금한 돈을 돌려받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대가를 노린 것으로 보기 어렵고, 접근매체를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넘겼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의뢰인의 인지 수준에 관한 평가 자료 역시 이러한 판단에 반영되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사기방조나 계좌 양도 혐의로 입건되면 그대로 검찰로 송치되어 재판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사건에서 의뢰인이 송치 없이 경찰 단계에서 혐의를 벗을 수 있었던 것은, 의뢰인에게 사기에 대한 인식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점과 의뢰인 또한 피해자였다는 사정을 객관적인 자료로 빠짐없이 정리해 보여드린 결과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