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요약

  • 같은 일을 했어도 곧바로 공범(공동정범)은 아닙니다고의·공모·기능적 행위지배가 모두 증명돼야 합니다.
  • 이득액 5억 원 이상이면 특경법이 적용돼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5억~50억 3년 이상 징역).
  • 방어의 핵심은 “내 역할”을 분리해, 지시받은 보조 업무였을 뿐임을 밝히는 것입니다.
  • 7억 7천만 원 사기 공범으로 기소된 경리 의뢰인, 1심 무죄를 받았습니다.

들어가며

1. 시킨 일을 했을 뿐인데, 왜 공범이 될까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일했을 뿐인데, 어느 날 그 일이 거액 사기였고 제가 공범으로 지목돼 있었습니다.” 경제범죄 상담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문제는 결과적으로 남의 범행을 돕는 모양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공범(공동정범)이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모른 채, 수사 초기에 불리한 진술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사기 공동정범이 어떻게 성립하고 특경법이 적용되면 얼마나 무거워지는지를 먼저 짚은 뒤, 저희가 실제로 무죄를 이끌어낸 사건을 통해 “지시에 따른 업무”를 공범 혐의에서 어떻게 떼어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성립 요건

2. 사기 공동정범은 정확히 무엇으로 성립하나요?

특경법 사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 본질은 사기죄이므로, 여러 사람이 얽혔을 때 누구를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는 형법의 공동정범 법리로 가립니다.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를 공동정범으로 정합니다. 대법원은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단순히 다른 사람의 범행에 가담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전체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리하면 아래 세 요소가 모두 필요합니다.

  • 사기의 고의 — 상대를 속여 재물·이익을 얻는다는 인식입니다. 자신이 처리한 업무가 누군가를 속이는 행위의 일부라는 점조차 몰랐다면 사기의 고의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 공동가공의 의사(공모) — 범행을 함께하겠다는 의사의 결합입니다. 상사의 업무 지시를 수행했을 뿐 범행을 함께 도모한 정황이 없다면 공모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 기능적 행위지배 — 범행에서 본질적인 역할을 했는가입니다. 권한 없이 지시받은 보조 업무에 그쳤다면, 설령 결과적으로 범행을 수월하게 했더라도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종범)에 불과하거나 그에도 못 미칠 수 있습니다.

즉 “그 일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공범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고의·공모·기능적 행위지배가 함께 증명되어야 합니다. 이 세 지점이 곧 방어의 출발선입니다.

처벌 수위

3. 특경법이 적용되면 처벌은 얼마나 무거워지나요?

사기의 이득액이 5억 원을 넘으면 일반 사기(형법)가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이 적용됩니다. 같은 사기라도 법정형이 크게 올라갑니다. 아래는 법정형이며, 실제 선고는 사안에 따라 달라집니다.

구분적용 법률법정형(참고)
일반 사기형법 제347조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이득액 5억원 이상 ~ 50억원 미만특경법 제3조 제1항 제2호3년 이상의 유기징역
이득액 50억원 이상특경법 제3조 제1항 제1호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특경법이 적용되면 형의 하한이 정해진 유기징역형이 되고, 이득액 이하의 벌금이 함께 부과(병과)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거액 사기는 관련된 사람 전부를 한 묶음으로 기소하는 경우가 많고, 계좌를 빌려준 사람·서류를 입력한 사람·돈을 일부 받은 사람까지 공범으로 수사 대상에 오르기 쉽습니다. 초범이라도 실형 위험이 큰 만큼, 처음부터 “내 역할”을 분리해 다투는 전문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실제 사건

4. 7억 공범으로 기소된 경리, 이렇게 다퉜습니다

의뢰인은 한 회사에서 짧은 기간 경리로 근무했던 분이었습니다. 검찰은 의뢰인이 회사 상사(주범)와 공모해, 250여 회에 걸쳐 회사 소유의 철 자재 약 7억 7천만 원 상당을 정상 거래처럼 꾸며 빼돌리고 그 대금을 주범의 차명계좌로 받게 했다며, 특경법위반(사기)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했습니다. 발주서·출하리스트·세금계산서를 다루는 경리 업무를 했고 차명계좌와 관련돼 있다는 점이 근거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의뢰인의 자리는 범행을 설계하거나 주도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습니다. 발주서에 빠진 사항을 윗선에 물어 채우고, 출하리스트를 시스템에 입력하며, 막힌 건은 상사에게 보고해 지시대로 따르는 보조적 업무를 했을 뿐이었습니다. 유죄가 인정되면 3년 이상 유기징역이 걸린, 인생이 걸린 사건이었습니다.

특경법 사기 공범 무죄 판결문 — 창원지방법원 2024고합28-1
지시에 따른 보조 업무가 거액 사기 공범으로 기소된 이 사건에서, 저희는 아래와 같이 다투어 공소사실 전부 무죄를 이끌어냈습니다 (의뢰인 보호를 위해 인적사항은 가림 처리).

공범으로 묶인 사건에서는 다투는 지점을 분명히 하고 “무엇을 알았고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하나하나 객관적 자료로 메우는 것이 승부처입니다. 저희는 사기의 고의·공모·기능적 행위지배를 각각 부정하고, 받은 돈의 성격을 해명하는 방향으로 변호했습니다.

쟁점 1. ‘사기의 고의’가 있었나

사기의 고의가 인정되려면 기망 행위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저희는 의뢰인이 발주서·출하리스트를 시스템에 입력하는 일을 했을 뿐, 출하된 자재가 실제로는 빼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는 점을 밝혀, 자신이 처리한 업무가 범행의 일부라는 점조차 인식하지 못했음을 정면으로 다퉜습니다.

변호인의견서 발췌 — 자재를 편취할 의사가 없어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고의 부인)
▲ 실제 변호인의견서 中 — “…업무지시에 따랐을 뿐 소유 자재를 편취할 의사가 없었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합니다(고의 부인)”

쟁점 2.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나

의뢰인은 주범의 범행을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적이 없고 그 내용을 정확히 알지도 못했습니다(공모 부정). 나아가 업무를 독단적으로 진행할 권한이 없어 윗선의 지시 없이는 어떤 처리도 할 수 없었던 만큼, 범행에서 본질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기능적 행위지배 부정)을 함께 다퉜습니다. 가사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그 범위는 방조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점도 예비적으로 짚었습니다.

변호인의견서 발췌 — 공동가공의사 부인·기능적 행위지배 부인, 단순 방조에 불과
▲ 실제 변호인의견서 中 — “범행을 공동으로 할 의사도 없었다는 점(공동가공의사 부인), … 본질적인 역할을 한 것도 아니라는 점(기능적 행위지배 부인) 단순한 방조 행위를 한 것에 불과하다”

쟁점 3. 받은 돈의 성격 — 해명과 증인신문

의뢰인이 한때 주범과 교제하며 생활비·용돈을 받은 사실은 있었지만, 그 돈이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라는 인식은 전혀 없었습니다. 저희는 의뢰인이 홀로 자녀를 키우며 어렵게 지내던 사정과 주범이 평소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처럼 행세했던 정황을 정리해, 받은 돈을 부정한 자금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없음을 밝혔습니다. 나아가 증인신문을 통해 업무 지시의 실제 흐름과 의뢰인의 제한된 역할을 직접 드러냈습니다.

변호인의견서 발췌 — 받은 돈이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라는 인식은 전혀 없었다
▲ 실제 변호인의견서 中 — “받은 돈이 사기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라는 점에 관한 인식이 전혀 없었습니다

판결 결과 — 공소사실 전부 무죄

법원은 의뢰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지시에 따라 보조 업무를 처리한 사람에게 거액 사기의 공동정범 책임을 지우려면 고의·공동가공의 의사·기능적 행위지배가 모두 증거로 입증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 입증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판결 이유 — 범죄의 증명이 없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 선고
▲ 실제 판결 이유 中 —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양형 대응

5. 혐의를 벗기 어려운 사안이라면요?

모든 사건을 무죄로 다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관여 정도와 인식이 비교적 분명한 사건이라면, 방향을 바꿔 처벌 수위를 낮추는 양형 대응이 현실적인 최선일 수 있습니다.

  • 피해 회복·합의 — 특경법 사기는 피해액이 큰 만큼, 실제 관여한 범위에 상응하는 피해 회복과 합의가 양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무리한 직접 접촉은 오히려 불리할 수 있어 변호인을 통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 역할·이익의 분리 — 주범과 달리 실제 얻은 이익이 없거나 제한적이라면, 그 사정을 구체적으로 입증해 양형에 반영합니다.
  • 공범 여부·가담 정도 —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종범)로 인정되면 형이 감경될 수 있어, 예비적으로 이 점을 함께 다투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응 정리

6. 공범으로 수사·기소 통보를 받았다면 무엇을 챙겨야 하나요?

  • 초기 진술을 서두르지 마세요 — “시켜서 했다”는 말도 표현에 따라 공모·인식을 인정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한 뒤 진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업무 지시·보고 자료를 보전하세요 — 메신저·이메일·결재 기록 등 지시 구조와 권한의 범위를 보여주는 자료가 “제한된 역할”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 계좌·자금 흐름을 정리하세요 — 받은 돈이 있다면 그 성격과 경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방치하면 “범행 이익”으로 해석될 위험이 큽니다.
  • 주범·관련자와 임의로 말을 맞추지 마세요 — 오히려 공모의 정황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변호인을 통해 정리하십시오.

맺음말

특경법 사기 공범 사건,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기소되는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전체 범행의 무게가 관련자 모두에게 똑같이 씌워지는 일입니다. 그래서 “내가 실제로 무엇을 알았고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사건 전체 구조에서 분리해, 고의·공모·기능적 행위지배라는 기준에 하나씩 비추어 보는 작업이 결정적입니다.

김앤파트너스 형사전담센터는 특경법·사기 등 경제범죄 사건을 형사전문변호사가 수사 초기 대응부터 의견서 작성, 재판 변론, 양형 대응까지 전 과정을 함께합니다. 회사에서 시킨 일을 했을 뿐인데 거액 사기의 공동정범으로 몰려 막막하시다면, 사안을 조속히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 위 내용은 저희 법무법인이 수행한 실제 성공사례(창원지방법원 2024고합28-1)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의뢰인 보호를 위해 인적사항은 가림 처리하고 일부 사정을 각색했습니다. 사건의 결과는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특정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