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요약

  • 통장을 빌려줬다는 사실만으로 보이스피싱 방조가 되지 않으며, 범행을 돕는다는 인식(미필적 고의)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은 법정형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무겁고, 방조범도 정범의 형을 감경해 처벌합니다.
  • 방어의 핵심은 “그때 무엇을 믿고 그렇게 했는가”를 대화 내역·대가 유무 같은 객관 자료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 실제로 저희는 이 지점을 다퉈 1심 무죄를 받았습니다.

들어가며

1. 대출받으려다 왜 보이스피싱에 연루되나요?

“급하게 대출을 알아보다가 시키는 대로 통장과 체크카드를 넘겼을 뿐인데, 계좌가 지급정지되고 경찰에서 보이스피싱 방조 혐의로 조사를 받으라고 합니다.” 통장대여 처벌을 걱정하며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께 가장 자주 듣는 말입니다.

요즘 보이스피싱 조직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접근합니다. 그리고 “거래실적을 쌓아야 대출이 나온다”며 체크카드를 받아 가거나, 계좌에 들어온 돈을 다른 계좌로 옮기게 합니다. 그 돈이 실은 다른 피해자에게서 빼앗은 피해금이었다는 사실은 계좌가 정지된 뒤에야 알게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이용당한 사람도 수사기관이 보기에는 범행에 쓰인 계좌의 명의자이자 피해금을 직접 옮긴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나도 속았다”는 말만으로는 혐의를 벗기 어렵습니다.

아래에서는 보이스피싱 방조죄가 법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지 먼저 정리합니다. 이어서 저희가 실제로 보이스피싱 1심 무죄를 받은 사건을 통해 ‘속았다’는 사정을 어떻게 증명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성립 요건

2. 보이스피싱 사기방조는 정확히 무엇으로 성립하나요?

방조범은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 실행을 쉽게 해 주는 사람입니다(형법 제32조). 따라서 보이스피싱 방조죄가 성립하려면 아래 두 요소가 함께 증명되어야 합니다.

  • 객관적 요소 — 방조행위 : 계좌·체크카드를 넘겨주거나, 입금된 돈을 지시대로 이체·인출하는 등 범행을 쉽게 만든 행위입니다. 이용당한 사람도 이 부분은 대부분 다투기 어렵습니다.
  • 주관적 요소 — 방조의 고의 :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을 돕는다는 인식입니다.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 필요는 없고 “혹시 범죄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감수한 정도(미필적 고의)면 충분하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결국 이런 사건은 미필적 고의가 있었느냐에서 승부가 납니다.

대법원은 미필적 고의를 판단할 때 행위자의 진술에만 기대지 말고, 겉으로 드러난 행위의 형태와 당시 상황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범죄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했을지”를 따져 그 사람의 심리 상태를 추인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고의를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등).

그래서 방어는 “범죄인 줄 몰랐다”고 반복하는 데서 그치면 안 됩니다. 당시 상황이 정상적인 대출 절차로 믿을 만했다는 점을 객관 자료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처벌 수위

3. 통장대여 처벌과 보이스피싱 형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계좌를 제공하고 피해금을 옮긴 행위에는 사안에 따라 여러 죄명이 함께 검토됩니다. 아래는 법에 정해진 형(법정형)이며, 실제 선고는 사안에 따라 달라집니다.

구분적용 법률법정형(참고)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5조의2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범죄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병과 가능)
사기형법 제347조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접근매체(체크카드 등) 양도·대여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위 범죄의 방조형법 제32조정범의 형보다 감경

방조범은 정범보다 형이 감경되지만,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은 기준이 되는 형 자체가 무겁습니다. 피해 금액이 크거나 횟수가 많으면 방조범에게도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나 계좌 지급정지·전자금융거래 제한도 따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기억하실 점이 있습니다. 방조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체크카드를 넘긴 행위만 떼어 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따로 문제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죄명으로 기소되었는지, 각 죄명의 요건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정확히 짚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실제 사건

4. 대출 절차로 믿었던 사건, 이렇게 다퉜습니다

저희가 맡았던 한 사건의 의뢰인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20대 직장인이었습니다. 집안 사정으로 급히 돈이 필요해 대출을 알아보던 중, 저축은행 대출담당자를 사칭한 조직원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조직원은 “신용을 보완해야 대출이 나간다”며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받아 갔습니다. 이어 의뢰인의 계좌에 돈을 넣어 주며 지정하는 계좌로 다시 옮겨 달라고 했습니다.

의뢰인은 그날 두 시간 남짓한 사이에 수십 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을 지시대로 이체했습니다. 그 돈은 검찰을 사칭한 전화에 속은 다른 피해자의 돈이었습니다.

검찰은 의뢰인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방조로 기소했습니다. 정상적인 대출이라면 하지 않을 절차를 따랐고, 이체 도중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은행 직원에게 세 차례 연락을 받고도 “지인에게 보내는 돈”이라고 답했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실제로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이런 사정에 비추어 방조의 고의가 있었던 것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적었을 만큼, 결코 쉬운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세운 방어의 축은 하나였습니다. “의뢰인의 행동이 의심스러워 보이는 것과, 의뢰인이 실제로 범죄를 인식하고 용인했는지는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를 조직원과 주고받은 대화 전체와 당시 행동 하나하나로 메워 나갔습니다.

보이스피싱 방조 사건 판결문 표지 —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인적사항 가림)
자칫 실형까지 선고될 수 있던 이 사건에서, 저희는 아래와 같이 다투어 1심 무죄를 받았습니다 (의뢰인·관계자 보호를 위해 인적사항은 가림 처리).

쟁점 1. 정상적인 대출 절차로 믿을 만한 상황이었나

먼저 조직원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전체를 재구성했습니다. 조직원은 구체적인 대출 가능 금액과 금리, 상환 방식을 안내했습니다.

“불법 수수료는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 “보이스피싱이 아니다”라며 먼저 의심을 차단했고, 대출 진행에 필요한 필수 교육이라며 공공 서민금융 교육포털의 대출관리 강의 수료증까지 요구했습니다.

의뢰인은 근무 중에 짬을 내 실제로 강의를 듣고 수료증을 보냈습니다. 범죄에 가담한다는 인식이 있던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변호인 의견서 발췌 — 불법인 줄 알았다면 시간을 내 서민금융교육 강의를 듣지 않았을 것
▲ 실제 변호인 의견서 中 — “만일 대출문의를 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대출을 받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등의 불법적인 일임을 알았으면 일을 하는 바쁜 시간에 굳이 시간을 따로 할애하여 대출을 위한 서민금융교육 강의를 듣지 않았을 것입니다”

쟁점 2. 대가도, 신분을 숨기려는 시도도 없었다

보이스피싱에 가담하는 사람은 보통 수당이나 수수료를 받고, 자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남의 명의를 씁니다. 이 사건은 정반대였습니다.

의뢰인은 이체 대가로 받은 돈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얻으려던 것은 오직 대출이었습니다.

게다가 자기 이름으로 된 체크카드와 계좌를 그대로 썼습니다. 범죄인 줄 알았다면 자신이 곧바로 특정될 방법을 택했을 리 없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 사건 말고는 수사를 받아 본 적도 없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변호인 의견서 발췌 — 본건으로 어떠한 이득도 취한 것이 없음
▲ 실제 변호인 의견서 中 — “피고인은 본건으로 어떠한 이득도 취한 것이 없습니다. 만일 피고인이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가담하였다면 어떤 형태로든 보수를 지급받거나 이익을 취했을 것입니다. 피고인은 본건과 관련하여 보수나 이익을 취한 바 없고 …”

쟁점 3. 은행 직원에게 ‘지인 송금’이라고 답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가장 불리한 정황은 은행의 확인 전화였습니다. 저희는 이 대목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조직원은 미리 “100만 원 이상은 모니터링에 걸릴 수 있으니 99만 원씩 처리한다”, “은행에서 연락이 오면 지인에게 빌려준 돈이라고 하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은행 전화를 받았다고 하자 “보이스피싱이면 바로 정지시키지, 전화하지 않는다”며 안심시켰습니다.

의뢰인은 이 모든 과정을 신용이 낮은 사람을 위한 ‘편법 대출’ 절차로 이해했습니다. 저희는 편법으로 거래실적을 만드는 데 가담한다는 인식과 보이스피싱 범행을 돕는다는 인식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변호인 참고서면 발췌 — 거래실적을 만드는 데 가담한다는 인식과 보이스피싱에 가담한다는 인식은 본질적으로 다름
▲ 실제 변호인 의견서(참고서면) 中 — “피고인은 은행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에도 자신이 본건 사기 범행에 가담하거나 방조한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 대출을 위한 편법의 거래 실적을 만들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 (금융거래실적을 만들어 대출을 받는 것에 가담한다는 것과 전기금융사기 범행에 가담한다는 것은 인식의 대상이나 행위의 태양이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재판부는 이 주장들을 받아들였습니다. 판결문에서는 대화 내용이 의뢰인의 주장과 일치한다는 점, 대가를 받은 증거가 없다는 점, 자기 명의를 그대로 노출한 점을 들었습니다.

은행 직원에게 거짓말한 것도 조직원의 설명을 그대로 믿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문 발췌 — 미필적으로나마 방조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 실제 판결문 中 —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공소사실 기재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를 인식하면서 그 범행을 용이하게 한다는 방조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양형 대응

5. 무죄를 다투면서도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이 있나요?

미필적 고의는 결국 법원의 평가 문제입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판단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에서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양형 자료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저희는 무죄를 주장하면서, 예비적으로 아래와 같은 사정을 함께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 대가·범죄수익이 없다는 점 — 이체로 얻은 이익이 없다는 사실은 고의를 다툴 때에도, 양형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 수사 협조 —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조직원과의 대화 등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하고 조직원에 대해 아는 내용을 상세히 진술한 점입니다.
  • 피해 회복 노력 — 합의가 바로 성사되지 않더라도, 피해자와 합의하려 한 노력과 그 경과를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초범·생활 환경 — 전과 여부, 성실한 직장 생활(경력·재직증명), 부양가족 등 정상 자료입니다.

다만 양형 자료는 “잘못을 인정한다”는 신호로 읽히지 않도록 주장 순서와 표현을 세심하게 구성해야 합니다. 무죄 주장과 예비적 선처 요청을 어떻게 나눠 담을지가 변호인의 몫입니다.

대응 정리

6. 계좌 지급정지나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무엇을 챙겨야 하나요?

  • 대화 내역을 절대 지우지 마세요 — 조직원과의 카카오톡·문자·통화 기록은 “대출 절차로 믿었다”는 사정을 보여줄 거의 유일한 증거입니다. 대화방 나가기나 삭제 전에 전체 캡처와 백업부터 하세요.
  • 당시 정황 자료를 모으세요 — 대출 광고 문자, 수료증·제출 서류, 사칭 업체를 검색해 본 기록 등은 당시 인식을 보여주는 객관 자료가 됩니다.
  • 대가를 받았는지 정확히 정리하세요 — 받은 돈이 없다면 계좌 거래내역으로 그 사실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 조사 전에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세요 — 첫 조사의 진술이 사건의 틀을 정합니다. 기억이 불확실한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거나, 불리해 보이는 사실을 숨기는 것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 더 이상 지시에 응하지 마세요 — 계좌가 정지된 뒤 다른 계좌(가족 명의 등)로 진행하자는 요구는 즉시 끊어야 합니다.

맺음말

통장대여로 보이스피싱에 연루됐다면,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통장대여로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사건은 “돈을 옮겼는가”가 아니라 “범죄를 돕는다는 인식이 있었는가”를 다투는 싸움입니다.

의심스러워 보이는 정황이 있더라도, 당시 대화와 행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구성하면 ‘속은 사람’의 모습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대화 내역을 지우거나 진술이 흔들리면 같은 사실관계도 전혀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김앤파트너스 형사전담센터의 보이스피싱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사기 사건에서 수사 초기 대응부터 의견서 작성, 재판 변론, 양형 대응까지 전 과정을 함께합니다.

위 사건은 각색한 사례이며,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좌 정지나 출석 요구로 막막하시다면 사안을 조속히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 위 내용은 저희 법무법인이 수행한 실제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의뢰인·관계자 보호를 위해 일부 사실관계를 각색했습니다. 사건의 결과는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특정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