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요약
- 보증금은 임차인이 이미 건축주에게 지급한 뒤였습니다. 나중에 집을 떠안은 사람이 속여서 받아낸 돈이 아닙니다.
- 기망행위와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이 판단의 축이었습니다.
- 매수 금액 그대로 넘긴 시세차익 없는 거래였다는 자금 흐름도 함께 밝혔습니다. 수사는 약 2년 걸렸습니다.
전세사기 사건이 늘면서,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주택을 사들인 사람은 그 사실만으로 의심을 받습니다. 실제로 그런 구조로 다수의 임차인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갭투자는 거래 형식이고, 사기죄는 범죄 성립의 문제입니다. 사기죄가 되려면 상대를 속였고, 그 속임수 때문에 상대가 돈을 내주었어야 합니다. 이 연결이 끊겨 있으면 거래 형식이 아무리 위태로워 보여도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전세가 걸린 주택을 매매대금 없이 넘겨받았다가 전세사기 공범으로 입건된 의뢰인이, 약 2년의 수사 끝에 불송치 결정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해 드립니다.
사건의 출발점
1. 매매대금 없이 집을 넘겨받았습니다
의뢰인은 서울 강서구의 한 주택을 매수했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매매와 달랐습니다.
그 집에는 이미 전세 임차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임차인은 건축주와 전세계약을 맺고 건축주에게 보증금을 이미 지급한 상태였습니다.
의뢰인은 매매대금을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반환채무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주택을 넘겨받았습니다. 그리고 임차인과는 승계에 따른 전세계약서를 추가로 작성했습니다.
약 1년 뒤 의뢰인은 이 주택을 제3자에게 매도했습니다.
쟁점
2. "무능력자에게 넘길 걸 알면서 숨겼다"는 혐의
고소 내용은 이랬습니다. 의뢰인이 주택을 매수하면서 향후 경제적 무능력자인 제3자에게 매도할 예정임을 임차인에게 알리지 않고 임대차계약을 승계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가 실제 전세사기에서 쓰입니다.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명의를 넘겨 책임을 돌리는 방식입니다. 수사기관이 의심할 만한 외형이었고, 의뢰인 외에도 피의자가 6명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다퉈야 할 지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의뢰인이 정말 속였는가, 그리고 속였다 해도 그것 때문에 임차인이 돈을 냈는가.
대응 ①
3. 보증금이 오간 시점을 짚었습니다
가장 먼저 정리한 것은 시간 순서였습니다.
임차인은 건축주와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건축주에게 보증금을 지급했습니다. 의뢰인이 등장하기 전의 일입니다. 의뢰인은 그 뒤에 반환채무를 승계하면서 계약서를 다시 쓴 것뿐입니다.
이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기죄는 기망행위 → 착오 → 처분행위로 이어져야 성립합니다. 그런데 임차인은 의뢰인의 말을 듣고 보증금을 낸 것이 아닙니다. 이미 낸 뒤였습니다.
저희는 이 점을 서류로 뒷받침했습니다. 의뢰인과 임차인이 작성한 전세계약서의 일자가 의뢰인이 소유권을 이전받기 전으로 기재되어 있다는 점, 의뢰인이 자기자본 없이 주택을 매수했다는 점을 함께 제출했습니다. 수사기관은 이를 두고 “임차인이 건축주와 전세계약을 체결하였다는 피의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응 ②
4. 시세차익이 없었다는 자금 흐름
두 번째로 정리한 것은 돈의 흐름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이 사건 전세자금대출금을 전혀 소비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주택을 매도할 때 매수한 금액 그대로 넘겼습니다. 시세차익이 없었습니다.
전세사기 구조에서 이익을 취하는 사람은 보증금이나 차익을 챙깁니다. 의뢰인의 계좌에는 그런 흔적이 없었습니다. 공범이라면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자료가 됩니다.
여기에 더해 매수계약이 전적으로 타인에게 일임되어 이루어졌고, 의뢰인은 매물을 눈으로 확인만 했을 뿐 임차인을 직접 대면한 적도 없다는 점, 허위 임대차계약서 작성이나 허위 전입신고, 대출 신청과 대출금 이체에 전혀 관여한 적이 없다는 점을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처분 결과
5. 약 2년 수사 끝에 불송치(혐의없음)
사건은 2023년에 접수되어 2025년 6월에 결정됐습니다. 피의자가 여럿이고 보완수사가 이어져 약 2년이 걸렸습니다.
경찰은 의뢰인을 포함한 피의자 전원에 대해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정문의 판단은 이렇습니다.
임차인은 이미 건축주에게 전세보증금을 지불하였고, 피의자가 전세 계약 후 1년 가까이 지나 주택을 매도한 사정으로 볼 때, 기망행위와 처분행위의 인과관계가 없고, 피의자가 전세계약을 승계할 시점부터 경제적 무능력자에게 주택을 매도하려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달리 피의자의 공모관계 및 범의를 입증할 증거자료도 없다.


정리
6. 명의자가 놓치기 쉬운 지점
전세사기 수사에서 명의만 걸려 있는 사람이 가장 불리한 위치에 놓입니다. 등기부에 이름이 남아 있고, 임차인 입장에서 연락할 상대도 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방어의 재료는 시점과 자금 흐름입니다.
- 보증금이 언제, 누구에게 지급됐는지 — 본인이 등장하기 전이라면 인과관계가 끊깁니다. 계약서 일자와 입금 내역을 함께 보관하십시오
- 본인 계좌에 무엇이 남았는지 — 차익이 없고 대출금을 쓰지 않았다면 그 자체가 자료입니다
- 계약을 누가 주도했는지 — 매수계약이 타인에게 일임되었는지, 임차인을 직접 만난 적이 있는지가 관여 정도를 가릅니다
- 허위 서류·전입신고·대출 실행에 관여했는지 — 이 부분이 깨끗하면 공모관계 입증이 어려워집니다
수사가 길어지는 것도 감안하셔야 합니다. 이 사건은 약 2년이 걸렸습니다. 다수 피의자가 얽힌 사건에서는 흔한 일이고, 그동안 자료를 정리해 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이 사건은 혐의를 벗었지만, 전세가 걸린 주택의 명의를 대가 없이 떠안는 일 자체가 매우 위험합니다. 구조를 모르고 들어갔다가 형사 절차에 휘말리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전세 낀 주택의 명의 문제로 조사를 받게 되셨다면, 사건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와 별개로 한 번쯤 전세사기 변호사와 본인 사건의 위치를 점검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갭투자를 하면 전세사기인가요?
아닙니다. 자기 돈을 적게 들여 주택을 사는 것 자체는 거래 형식일 뿐입니다. 사기죄가 되려면 상대를 속였고, 그 속임수 때문에 상대가 돈을 내주었어야 합니다. 거래 형식과 범죄 성립은 다른 문제입니다.
보증금을 받은 시점이 왜 중요한가요?
사기죄는 기망행위가 있고 그로 인해 처분행위가 이루어져야 성립합니다. 임차인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뒤라면, 나중에 등장한 사람의 말 때문에 돈을 낸 것이 아니므로 인과관계가 끊깁니다.
이름만 빌려준 경우도 처벌받나요?
명의를 빌려준 사실만으로 바로 공범이 되지는 않습니다. 계약을 누가 주도했는지, 대출과 자금이 어떻게 흘렀는지, 본인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가 함께 평가됩니다. 다만 매우 위험한 선택인 것은 분명합니다.
수사가 오래 걸리면 불리한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도 보완수사로 약 2년이 걸렸습니다. 다수 피의자가 얽힌 사건은 관계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 기간 동안 자료를 정리해 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