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요약

  • 대금을 못 갚은 결과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판단 시점은 계약을 맺은 때입니다.
  • 계약 당시 보유 채권·수주 협의·협상 경위를 시간 순서로 복원해 지급 의사와 능력이 있었음을 보였습니다.
  • 법인 채무를 대표자 개인 재산으로 담보한 근저당권이 편취 범의가 없었다는 결정적 자료가 됐습니다.

거래처에 물품대금이나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어느 날 사기 혐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는 사업자분들이 계십니다. 대금을 못 준 것은 사실이니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레 단념하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러나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결과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사기죄는 상대를 속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계약을 맺을 당시에 이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계약 이후의 경영 악화로 갚지 못하게 된 것이라면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로 남을 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런 사건의 승부는 “왜 못 갚았는가”가 아니라 “계약 당시에는 어땠는가”에서 갈립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스팔트 물품대금 3,100만 원가량을 지급하지 못해 사기로 고소당한 의뢰인이 어떻게 불송치 결정을 받았는지 정리해 드립니다.

사건의 출발점

1. 납품 두 달 뒤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사기로 고소된 사건

의뢰인은 경남 지역에서 공장 신축공사를 맡아 진행하던 시공사의 대표이사였습니다. 어느 시점에 아스팔트 제조업체와 표층용 아스팔트 300톤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었고, 보름 뒤 370톤을 납품받았는데요. 그러나 약정한 지급기일에 대금 3,100만 원가량을 지급하지 못했고, 상대 회사는 의뢰인이 처음부터 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 없이 계약을 맺었다며 사기로 고소했습니다.

고소인 측 주장의 구조는 단순했습니다. 대금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니 처음부터 속인 것이라는 논리인데요. 저희가 가장 먼저 정리해야 했던 것은,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때’가 아니라 ‘계약을 체결한 때’라는 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기업 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 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때에는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1도202, 2016도18432 판결 등). 저희는 이 법리를 의견서의 축으로 삼았습니다.

대응 ①

2. 계약 당시 지급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는 사정의 재구성

계약 당시 의뢰인 회사의 상태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하나씩 모았습니다. 계약 무렵 의뢰인 회사에는 발주처로부터 받을 공사대금 채권이 남아 있었고, 저희는 공사도급계약서와 하도급계약서를 증거로 제출해 이를 확인시켜 드렸습니다.

여기에 더해, 의뢰인이 계약 전후로 새로운 건축공사 수주를 위해 상대 회사 대표·이사와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협의를 이어가고 있었다는 점, 다른 지역에 공장 조성을 계획하는 등 사업을 성실히 계속하고 있었다는 점을 대화 내역으로 정리했습니다. 대금을 떼어먹을 생각이었다면 나올 수 없는 움직임이었는데요.

기망행위 자체가 없었다는 점도 함께 짚었습니다. 이 계약은 양측 실무자들이 여러 달에 걸쳐 미팅과 협의를 거친 끝에 체결된 것이었고, 의뢰인은 상대 회사 대표를 직접 만난 사실조차 없었습니다. 상대 회사도 동종업계에서 물품공급계약을 다수 체결해 온 사업자로서, 자체 판단에 따라 계약에 참여한 것이었습니다.

사기 변호사 변호인의견서 1
사기 변호사 변호인의견서 2

대응 ②

3. 대금 미지급에 이르게 된 경위와 변제 노력의 객관화

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는지도 시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의뢰인 회사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일부 하수급 업체가 발주처를 찾아가 항의하고 협박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회사의 신뢰가 떨어졌고, 예정되어 있던 신규 공사 수주가 무산되었습니다. 여기에 장기 건설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매출이 줄고 경영이 악화된 것이었는데요.

의뢰인은 보유 부동산을 매도하거나 임대해 채무를 해결하려 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수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해당 부동산의 등기부등본과 감정평가 자료를 제출해, 재산 가치가 담보채무를 크게 웃도는데도 처분이 되지 않았던 사정을 보여드렸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자료는 근저당권이었습니다. 미지급 대금은 법인의 채무이고 의뢰인 개인의 채무가 아니었음에도, 의뢰인은 자신 소유의 토지와 건물에 상대 회사 등을 근저당권자로 하여 채권최고액 2억 1,1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편취할 생각이었던 사람이 취할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등기부등본으로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처분 결과

4. 경찰의 불송치 결정

경찰은 의뢰인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고 보아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불송치 이유에는 저희가 제시한 법리가 그대로 인용되었습니다. 경찰은 공사 대금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더라도 이를 피할 수 있다고 믿고 계약 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때는 사기의 고의를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습니다.

이어 계약 당시 의뢰인 회사가 다른 회사와 건축계약 체결을 위해 노력 중이었고 채무불이행 사태를 피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계약 이행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확인된다는 점을 들어, 계약 당시부터 편취 범의가 있었다거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기 변호사 판결문

정리

5. 거래대금 사기 고소에서 '계약 당시'가 기준이 되는 이유

거래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업자가 사기로 고소당하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고소인 입장에서는 형사 고소가 채권 회수의 압박 수단이 되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수사기관이 판단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계약 시점의 의사와 능력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에서는 계약 무렵 회사가 어떤 상태였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를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당시 보유하고 있던 채권, 진행 중이던 수주 협의, 계약 전 협상 경위, 이후 변제를 위해 실제로 한 행동이 시간 순서대로 정리되어야 편취 범의가 없었다는 점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특히 담보 제공이나 일부 변제처럼 돈을 들여 한 행동은 그 자체로 의사를 보여주는 강력한 자료가 됩니다. 법인의 채무를 대표자 개인 재산으로 담보한 사정 같은 것은 반드시 서류로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거래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일로 사기 고소를 당하셨다면, 사건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와 별개로 한 번쯤 사기변호사와 본인 사건의 위치를 점검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대금을 못 주면 무조건 사기인가요?

아닙니다. 사기죄는 계약 당시에 이미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어야 성립합니다. 계약 이후 경영이 나빠져 갚지 못한 것이라면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로 남습니다.

고소인이 형사 고소를 압박 수단으로 쓰는 것 같습니다.

거래대금 사건에서 흔한 구도입니다. 수사기관은 결과가 아니라 계약 시점의 의사와 능력을 봅니다. 계약 무렵 회사 상태를 보여줄 자료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담보를 제공한 사실이 도움이 되나요?

됩니다. 돈을 들여 한 행동은 그 자체로 변제 의사를 보여줍니다. 법인 채무를 대표자 개인 재산으로 담보한 사정은 반드시 등기부로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거래대금 사기 고소, '계약 당시'를 먼저 복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