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요약
- 사망사고에서 합의가 안 되면 실형을 각오하게 됩니다. 이 사건은 합의 없이 집행유예로 마무리됐습니다.
- 판결문에 남은 문장은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하였다'였습니다. 그럼에도 형이 유예됐습니다.
- 피해자가 야간에 편도 3차로를 무단횡단하고 있었다는 점, 구호조치와 형사공탁 1,500만 원이 함께 평가됐습니다.
교통사고로 사람이 사망하면 형사 절차에서 가장 먼저 듣는 말이 “합의부터 하셔야 합니다”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유족의 처벌불원은 양형에서 가장 무거운 요소입니다.
문제는 합의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입니다. 유족이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금액이 도저히 맞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많은 분들이 실형을 각오하고 포기하십니다.
그러나 합의는 가장 큰 요소이지 유일한 요소가 아닙니다. 야간 과속으로 보행자를 충격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유족의 용서를 받지 못한 채 집행유예를 받은 사건의 과정을 정리해 드립니다.
사건의 출발점
1. 밤 11시 50분, 편도 3차로 1차로
의뢰인은 20대 후반이었습니다. 늦은 밤 이륜차를 운전해 서울 송파구의 편도 3차로 도로를 1차로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곳의 제한속도는 시속 50km였습니다. 의뢰인은 약 73.4km/h로 달렸습니다. 제한속도를 약 23km 초과한 속도입니다.
전방에는 같은 방향으로 도로를 걸어가고 있던 보행자가 있었습니다. 편도 3차로 도로의 1차로였습니다. 의뢰인은 이륜차 전면부로 피해자의 후면부를 충격했고, 피해자는 도로에 넘어졌습니다.
피해자는 약 한 달 뒤 병원에서 외상성 경막하 출혈 등으로 사망했습니다.

쟁점
2. 12대 중과실, 그리고 합의 불발
이 사고는 과속 — 12대 중과실에 해당했습니다. 게다가 피해자가 사망했으므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합의를 해도, 보험에 들어 있어도 공소는 제기됩니다.
그리고 합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망사고에서 합의 불발은 가장 무거운 불리한 정상입니다. 실제로 판결문 양형 이유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피고인은 제한속도를 시속 20km나 초과하여 운전하던 중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하였다.
여기서 멈췄다면 실형이었을 것입니다. 남은 것을 쌓아야 했습니다.
대응 ①
3. 사고의 구조를 정확히 밝히는 일
먼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했습니다. 과속은 명백했고 다툴 여지가 없었습니다.
대신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정확히 짚었습니다. 피해자는 야간에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도가 아니라 편도 3차로 도로의 1차로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밤 11시 50분경이었습니다.
이는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주장이 아닙니다. 속도를 지켰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지, 제동이 가능했는지를 따지는 것은 과실의 정도를 정확히 평가받기 위한 작업입니다.
법원은 이 사정을 받아들였습니다. 양형 이유에 “피해자는 야간에 무단횡단을 하여 편도 3차로 도로 중 1차로를 걸어가고 있었던바, 사고발생에 피해자의 과실도 상당한 점”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대응 ②
4. 사고 직후에 한 일과, 그 뒤에 한 일
사고 직후의 행동을 기록으로 정리했습니다.
의뢰인은 본인도 부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즉시 112와 119에 신고해 구호조치를 다했습니다. 도주나 사고 후 미조치가 없었다는 사실은 과실의 정도를 판단하는 데 직접 반영됩니다.
재범 방지 의지도 행동으로 남겼습니다. 의뢰인은 수사 초기부터 모든 혐의를 인정했고, 소유하던 오토바이를 매각했습니다. 다시는 운전대를 잡지 않겠다는 말을 자료로 만든 것입니다.
말로 다짐하는 것과 이미 처분해 버린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대응 ③
5. 합의가 막혔을 때 남은 길 — 형사공탁
가장 큰 문제였던 합의 불발을 보완해야 했습니다.
유족이 합의에 응하지 않으면 피해 회복 노력을 보여줄 방법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형사공탁 제도를 활용했습니다. 피해자 측에 직접 지급이 어려울 때 법원에 금전을 맡기는 방식으로, 1,500만 원을 공탁했습니다.
여기에 유족에게 보험금과 유족연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점을 정리해, 합의서가 없더라도 금전적 피해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정을 밝혔습니다.
합의서 한 장을 못 받았을 뿐,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그림을 만든 것입니다.

처분 결과
6. 금고 10개월, 집행유예 2년
법원은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준법운전강의 40시간 수강과 사회봉사 80시간이 함께 명해졌습니다.
양형 이유의 구조를 보면 판단의 흐름이 보입니다.
| 내용 | |
|---|---|
| 불리한 정상 | 제한속도 20km 초과 운전, 피해자 사망,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함 |
| 유리한 정상 | 피해자가 야간 무단횡단으로 편도 3차로 중 1차로 보행 — 피해자 과실도 상당, 형사처벌 전력 없음, 나이·성행·건강상태·환경과 가족관계, 범행 후의 정황 |
합의가 없었음에도 형이 유예된 것은, 그 자리를 다른 것들이 메웠기 때문입니다.

정리
7. 합의가 막혔을 때 해야 할 것
사망사고에서 합의가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합의가 안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유족이 응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 형사공탁을 활용하십시오. 2022년부터 피해자 인적사항을 몰라도 사건번호로 공탁할 수 있습니다. 선고 전에 마쳐야 양형에 반영됩니다
- 보험금·연금 지급 현황을 정리하십시오. 합의서가 없어도 실제로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정은 별개로 평가됩니다
- 사고 직후의 행동을 기록으로 남기십시오. 구호조치와 신고는 당연한 의무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했다는 사실이 기록에 남아야 평가받습니다
- 재범 방지를 행동으로 보이십시오. 이 사건에서는 오토바이 매각이 그 역할을 했습니다
- 사고 경위를 정확히 밝히십시오. 피해자 과실을 짚는 것은 책임 전가가 아니라 과실의 정도를 평가받는 일입니다. 다만 표현과 태도는 신중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입니다. 이 사건에서 의뢰인은 형을 유예받았지만, 한 사람이 사망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판결문에 남은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하였다”는 문장의 무게는 그대로입니다.
이륜차나 자동차 운행 중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면, 사건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와 별개로 한 번쯤 교통사고 변호사와 본인 사건의 위치를 점검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합의가 안 되면 실형인가요?
합의는 가장 큰 유리한 정상이지만 유일한 것은 아닙니다. 사고 경위에서 피해자 과실이 어느 정도였는지, 사고 직후 구호조치를 했는지, 공탁 등 회복 노력을 했는지가 함께 평가됩니다. 이 사건도 합의 없이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형사공탁은 언제 어떻게 하나요?
피해자나 유족이 합의를 거부해 직접 지급이 어려울 때, 법원에 금전을 맡기는 제도입니다. 2022년부터 피해자 인적사항을 몰라도 사건번호로 공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선고 전에 마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으면 처벌이 줄어드나요?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양형에서 고려됩니다. 무단횡단처럼 피해자 측 사정이 사고에 기여했다면, 같은 결과라도 운전자의 과실 정도를 다르게 평가합니다. 다만 이를 주장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합니다.
사고 직후에 무엇을 해야 하나요?
구호조치와 신고입니다. 본인이 다쳤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건 의뢰인도 본인이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112와 119에 신고했고, 그 사실이 양형에서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