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요약
- 같은 사고, 같은 죄명인데 공동피고인은 금고 10개월 집행유예, 의뢰인은 벌금 1,500만 원이었습니다.
- 갈린 지점은 하나였습니다. 유족과 합의해 처벌불원을 받았는가.
- 공무원은 금고 이상이면 당연퇴직입니다. 형량이 아니라 형종이 신분을 지켰습니다.
교통사고로 사람이 사망하면 대부분 정식재판으로 갑니다. 결과가 무겁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형량이 얼마나 나올까”부터 걱정하십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삶을 가르는 것은 형종인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상과실치사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 법원이 둘 중 하나를 고릅니다. 금고형이냐 벌금형이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달라지는 직업이 있습니다.
이 사건이 그랬습니다. 같은 사고, 같은 죄명으로 기소된 두 사람이 한 명은 금고형, 한 명은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었는지 정리해 드립니다.
사건의 출발점
1. 앞에서 이미 사고가 나 있었습니다
야간이었고, 제한속도 70km의 좌로 굽은 내리막 도로였습니다. 의뢰인은 편도 2차로의 1차로를 따라 주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전방에서 이미 접촉 사고가 나 있었습니다. 1차로에 차량이 정차해 있었고, 사고 처리를 위해 운전자가 도로에 서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제한속도보다 약 20km 초과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정차 차량을 뒤늦게 발견하고 급히 2차로 쪽으로 핸들을 틀었지만, 도로에 서 있던 피해자를 차량 전면으로 충격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뒤따르던 화물차가 뒤늦게 제동해 또 다른 차량을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그 차량이 의뢰인 차량을 밀어 피해자를 다시 역과했습니다.
피해자는 그날 밤 병원에서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했습니다.

쟁점
2. 과실이 경합했고, 의뢰인은 공무원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두 사람의 과실이 겹쳐 하나의 사망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의뢰인과 화물차 운전자가 각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위반(치사)으로 함께 기소됐습니다. 도로교통법위반으로 기소된 사람도 한 명 더 있었습니다.
의뢰인에게는 사정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공무원이었습니다.
국가공무원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결격사유에 해당합니다. 집행유예가 붙더라도 형종이 금고라면 결과는 같습니다. 형량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형의 종류 자체를 벌금으로 만들어야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대응 ①
3. 공소사실은 다투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변론요지서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속도 초과는 명백했고, 전방주시 의무 위반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책임을 흐리려 하면 반성하지 않는다는 평가만 남습니다. 인정할 것을 인정하고, 다툴 지점을 좁히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대신 사고의 구조를 정확히 짚었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초 단위로 분석해, 의뢰인이 전방의 차량과 피해자를 인지한 시점부터 충돌까지 2초 정도밖에 경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야간에 굽은 내리막에서 갑자기 나타난 정차 차량을 회피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웠다는 사정입니다.
책임을 부인하는 주장이 아니라, 과실의 정도를 정확히 평가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대응 ②
4. 유족과의 합의 — 이것이 갈랐습니다
가장 힘을 쏟은 부분이 유족과의 합의였습니다.
사망사고에서 합의는 사건을 종결시키지 못합니다. 특례법의 처벌불원 특례는 피해자가 다친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합의를 최우선에 둔 이유는, 그것이 형종을 가르는 거의 유일한 지렛대였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사죄를 먼저 전달하고 진정성이 확인된 뒤 배상 논의로 넘어가는 순서를 지켰습니다. 그 결과 유족과 합의에 이르렀고, 처벌불원 의사를 받았습니다.
여기에 초범이라는 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양형자료로 정리했습니다.
처분 결과
5. 벌금 1,500만 원 — 공동피고인과 갈린 지점
법원은 의뢰인에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형법 제268조의 형 중에서 벌금형을 선택한 것입니다.
같은 사고로 기소된 화물차 운전자는 달랐습니다.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준법운전강의 40시간 수강이었습니다. 법원은 그에 대해 금고형을 선택했습니다.
양형 이유를 보면 차이가 어디서 왔는지 분명합니다.
| 의뢰인 | 공동피고인 | |
|---|---|---|
| 범행 인정·반성 | 인정됨 | — |
| 초범 | 인정됨 | 인정됨 |
| 유족 합의·처벌불원 | 인정됨 | — |
| 피해 회복 노력 | — | “형사공탁 등 실질적 노력을 보이지 않는 등 범행 후의 정황이 좋지 않은 점” |
같은 사고, 같은 죄명이었지만 유족과 합의해 처벌불원을 받은 쪽은 벌금형, 그러지 못한 쪽은 금고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벌금형이 의뢰인의 공무원 신분을 지켰습니다.


정리
6. 사망사고에서 형종을 가르는 것
교통사고 사망 사건에서 다툴 여지가 남아 있는 이유는, 사망이라는 결과 하나로 처벌이 정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실의 정도, 사고 후의 태도, 피해 회복의 정도가 함께 평가됩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여러 사람의 과실이 경합한 사고에서는 그 차이가 눈에 보이게 드러납니다. 사고 자체는 같아도 그 뒤에 무엇을 했느냐에 따라 형종이 갈립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에서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 인정할 것은 빨리 인정하십시오. 명백한 과실을 다투면 반성하지 않는다는 평가만 남습니다
- 과실의 정도는 정확히 밝히십시오. 블랙박스 영상의 초 단위 분석처럼, 책임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회피 가능성을 따지는 작업은 별개입니다
- 피해 회복을 최우선에 두십시오. 사망사고에서 합의는 사건을 끝내지 못하지만, 형종을 가릅니다
- 본인의 결격사유를 먼저 확인하십시오. 공무원·공공기관 종사자·자격 직역이라면 금고 이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파악하고 그 내용을 기록에 남겨야 합니다
교통사고로 형사 절차가 시작되셨다면, 사건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와 별개로 한 번쯤 교통사고 변호사와 본인 사건의 위치를 점검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사망사고인데 벌금형이 나올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업무상과실치사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 법원이 금고형과 벌금형 중에서 형종을 선택합니다. 과실의 정도와 피해 회복 정도가 그 선택을 가릅니다.
여러 차량의 과실이 겹친 사고는 어떻게 되나요?
각자의 과실이 경합해 하나의 사망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책임의 크기와 사고 후 대응은 피고인마다 따로 판단되므로, 같은 사고에서도 형이 다르게 나옵니다.
공무원인데 형사처벌을 받으면 어떻게 되나요?
국가공무원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결격사유에 해당해 당연퇴직 대상이 됩니다. 집행유예가 붙어도 형종이 금고라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벌금형이냐 금고형이냐가 결정적입니다.
유족과의 합의는 언제 시도해야 하나요?
빠를수록 좋지만 서두르는 것과 다릅니다. 사죄가 먼저 전달되고 진정성이 확인된 뒤에 금액 논의로 넘어가야 합니다. 조율이 어려우면 형사조정 같은 중립적인 자리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