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요약
- 피해자가 사망한 사고는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합의해도, 보험에 들어 있어도 공소는 제기됩니다.
- 자전거에는 의무보험이 없습니다. 일상생활중배상책임 특약을 찾아내 민사 배상 7,300만 원을 완결했습니다.
- 같은 벌금형이라도 정식재판이냐 약식명령이냐가 직장을 가릅니다. 구약식 처분을 소명해 연구직을 지켰습니다.
자동차 사고라면 보험사가 접수부터 배상 협의까지 대신 진행합니다. 그런데 자전거에는 그런 창구가 없습니다. 사고를 낸 사람이 유족과 직접 마주 앉아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여기에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는 두 가지 특례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두 특례 모두 피해자가 다친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사고는 특례의 대상 자체가 아닙니다. 합의를 해도, 보험에 들어 있어도 공소는 제기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다툴 수 있는가. 자전거로 80대 보행자를 충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벌금 100만 원 약식명령으로 마무리되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해 드립니다.
사건의 출발점
1. 이른 아침 자전거도로에서 벌어진 사고
의뢰인은 40대 후반의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이었습니다. 지병 때문에 몇 해 전부터 하천 둔치의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며 건강을 관리해 오던 분이었습니다.
사고는 이른 아침에 일어났습니다. 평소처럼 겸용도로를 주행하던 중, 보행자도로에서 자전거도로로 진입하던 80대 보행자를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충돌했습니다. 의뢰인은 헬멧과 보안경, 장갑을 모두 착용한 상태였으나 충격으로 피해자가 도로에 넘어졌고, 피해자는 같은 날 병원 중환자실에서 급성 심폐기능 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적용된 죄명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사였습니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쟁점
2. 합의도 보험도 공소를 막지 못합니다
사망사고에서 합의와 보험은 사건을 끝내는 수단이 아니라 처벌 수위를 낮추는 자료로만 기능합니다. 이 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지 정할 수 있습니다.
| 사고 유형 | 합의·보험의 효과 |
|---|---|
| 상해 + 12대 중과실 없음 | 처벌불원 또는 종합보험 가입 시 공소제기 불가 |
| 상해 + 12대 중과실 | 특례 배제, 합의는 양형자료 |
| 사망(치사) | 특례 배제 — 합의해도 공소는 제기됨 |
그래서 이 사건에서 다툴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로 좁혀졌습니다. 형종과 형량을 낮추는 것, 그리고 처분의 형식을 정식기소가 아닌 약식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뒤엣것이 의뢰인에게는 더 절실했습니다. 소속 기관 인사규정이 국가공무원법상 결격사유를 준용해 금고 이상의 형이면 임용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었고, 별도 조항에서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면 보직 해임 후 대기를 명할 수 있도록 하면서 약식명령이 청구된 자는 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었습니다.
정식기소되면 곧바로 대기발령, 벌금형을 넘는 형이면 당연면직. 처분의 형식이 곧 실직으로 이어지는 구조였습니다.

대응 ①
3. 사고 직후 행동을 기록으로 남긴 작업
가장 먼저 한 일은 사고 직후 의뢰인이 무엇을 했는지 시간 순서대로 복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충돌을 인식한 즉시 피해자의 상태를 살피며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원의 유선 안내에 따라 구급대와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응급조치를 이어갔습니다. 도주나 사고 후 미조치가 없었다는 사실, 안전장구를 모두 착용한 상태로 주행했다는 사실은 과실의 정도를 판단하는 데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사정은 나중에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초기 진술 단계에서 자료와 함께 정리해 두는 편이 훨씬 강합니다.
대응 ②
4. 형사조정과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
형사조정 절차를 활용했습니다. 유족 입장에서는 가해자를 직접 만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일이므로, 검찰의 조정 절차라는 중립적인 자리를 거치는 편이 합의 가능성을 높입니다.
의뢰인은 사망 소식을 들은 직후 배우자와 함께 병원을 찾아 사죄했고 빈소에도 조문했습니다. 저희는 반성문과 사과 편지를 전달하고 거듭 사죄의 뜻을 전해 양측이 조정에 동의하는 데까지 나아갔습니다. 의뢰인은 신용대출로 마련한 형사합의금 7,0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형사합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민사상 손해배상이 남아 있으면 양형에서 온전한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자전거에는 의무보험이 없어 배상 창구가 없었는데요.
저희는 가족 명의 통합보험에 붙어 있던 일상생활중배상책임 특약을 찾아냈습니다. 가입 사실조차 모르고 지내는 분들이 많은 담보입니다. 손해사정 절차를 진행한 결과 7,300만 원이 유족에게 지급되어 민사 합의까지 완결됐습니다.
형사합의금과 합하면 1억 4,300만 원이 피해 회복에 투입됐습니다.


대응 ③
5. 인사규정을 자료로 제출한 이유
저희는 해당 기관의 인사규정 발췌본과 재직증명서, 기관 표창 자료를 함께 제출하면서 구약식 처분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소명했습니다.
이는 선처를 호소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처분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판단자에게 정확히 알리는 절차입니다. 같은 벌금형이라도 정식재판을 거치느냐 약식으로 종결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직업이 갈린다면, 그 사정은 기록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부양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노부모와 배우자, 고등학생·중학생 자녀를 포함한 6인 가족을 홀로 부양하고 있었고, 배우자는 오랜 우울증 치료를 받아 왔으며 자녀 한 명은 인대 파열로 회복 중이었습니다. 진단서와 가족관계증명서, 소득·부채 자료로 합의금 마련을 위한 대출 부담을 밝혔고, 배우자·자녀·10년 이상 함께 근무한 동료·20년 넘게 지켜본 지인들의 탄원서를 더했습니다.
처분 결과
6. 벌금 100만 원 약식명령
검찰은 이 사건을 정식기소하지 않고 약식명령을 청구했고, 법원은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했습니다. 법원은 금고형이 아닌 벌금형을 선택했습니다.
의미를 따져 보면 이렇습니다.
- 사람이 사망한 사건에서 금고형이 아닌 벌금형이 선택됐습니다
- 벌금 상한 2,000만 원의 5% 수준인 100만 원에 그쳤습니다
- 법정에 서지 않고 서면 절차로 종결됐습니다
의뢰인은 형사절차를 마무리하면서 동시에 15년 넘게 몸담아 온 연구직을 지켰습니다.

정리
7. 자전거 사고, 초기 며칠이 전체를 좌우합니다
사람이 사망한 교통사고는 결과가 무거워 실무상 정식기소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처분의 폭이 남아 있는 이유는, 사망이라는 결과 하나로 처벌 수위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과실의 정도, 사고 직후의 조치, 피해 회복의 정도, 재범 위험성이 함께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전거 사고처럼 보험사가 개입하지 않는 유형에서는 피해 회복을 누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사고 초기에 가족 전체의 보험 증권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배상 창구가 열릴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것이 처분의 형식입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 자격이 필요한 직역에 계시다면 벌금 액수를 다투기 전에 본인에게 적용되는 결격사유와 징계 규정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자전거나 이륜차 운행 중 보행자와 충돌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면, 배상 창구가 마련돼 있지 않아 초기 며칠의 대응이 절차 전체를 좌우합니다. 조사에 임하기 전에 한 번쯤 교통사고 변호사와 본인 사건의 위치를 점검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유족과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지 않나요?
끝나지 않습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처벌불원·종합보험 특례는 피해자가 다친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사망사고는 특례 대상이 아니어서 합의해도 공소가 제기됩니다. 합의는 사건을 종결시키는 열쇠가 아니라 처벌 수위를 낮추는 양형자료로 작동합니다.
자전거 사고인데 보험 처리가 되나요?
자전거에는 의무보험이 없어 자동차처럼 보험사가 배상을 대신 진행해 주지 않습니다. 다만 주택화재보험이나 통합보험에 붙어 있는 일상생활중배상책임 특약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동거 가족 명의 증권까지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벌금형이면 직장에는 문제가 없나요?
액수보다 형식과 형종이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금고 이상이면 결격사유에 걸리고, 정식기소만으로 대기발령 대상이 되는 인사규정도 있습니다. 본인에게 적용되는 규정을 먼저 확인하고 그 내용을 수사기관에 자료로 내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고 직후에 무엇을 해야 하나요?
구호조치와 신고가 먼저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이 기록으로 남게 해야 합니다. 도주나 사고 후 미조치가 없었다는 점, 안전장구 착용 여부 같은 사정은 과실의 정도를 판단할 때 직접 반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