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요약
- 대금이 밀린 결과만으로는 사기가 되지 않습니다. 판단 기준은 계약 당시의 변제 의사와 능력입니다.
- 경찰은 과거 거래 이력을 봤습니다. 이전에도 분할로 결제해 완납한 관계였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 재정이 나빠진 사실을 숨기지 않고 공유하며 자금계획서를 하향 조정한 기록이 편취 범의를 부정하는 자료가 됐습니다.
거래처에 물품대금이 밀렸다는 이유로 어느 날 사기 피의자가 되는 사업자분들이 계십니다. 돈을 못 준 것은 사실이니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겠다고 지레 단념하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금액이 크면 사정이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편취액이 5억 원을 넘으면 형법상 사기죄가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법정형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적용 법률이 바뀌어도 판단 기준은 그대로입니다. 대금을 못 준 결과가 아니라, 계약을 맺을 당시에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밀린 물품대금 때문에 특경법 사기로 고소당한 의뢰인이 불송치 결정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해 드립니다.
사건의 출발점
1. 오래 거래하던 사이에서 대금이 밀렸습니다
의뢰인은 2015년부터 의류 도소매업을 해 온 사업자였습니다. 고소인 회사와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정상적으로 거래해 온 관계였습니다. 몇 해에 걸쳐 물품을 공급받고 대금을 치르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그러던 중 매출이 나빠지면서 대금 지급이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고소인 회사는 의뢰인이 처음부터 파산을 염두에 두고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발주를 했다며 사기로 고소했고, 미지급 규모가 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사기)으로 사건이 접수됐습니다.
쟁점
2. 고소장이 세운 시간 설정을 다시 보는 일
이런 고소장은 대개 같은 구조를 취합니다. 결과에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입니다. 돈을 못 받았으니 처음부터 속인 것이라는 논리인데요.
수사기관이 든 법리는 분명했습니다. 편취의 범의는 범행 전후의 재력·환경·범행내용·거래 과정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고, 납품 당시 변제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사후에 경영이 악화되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이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 거래시점에서 사업체가 경영부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따라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다퉈야 할 것은 하나였습니다. 계약 무렵 의뢰인이 어떤 상태였고 무엇을 했는가.
대응 ①
3. 과거 거래 이력을 꺼내 놓은 작업
가장 먼저 정리한 것은 두 회사가 그전에 어떻게 거래해 왔는지였습니다.
고소인 회사는 이 사건의 발주가 비정상적으로 과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거래 규모와 비교해 보면 본 건과 현저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이전 거래에서도 대금 결제가 분할로 이루어졌고, 결국 완납됐다는 점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거래해 완납한 이력이 있다면, 이번에도 갚을 생각으로 발주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경찰은 이 점을 판단 근거로 받아들였습니다.
고소인 측 주장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의뢰인이 이전 거래처에 대금을 체납해 거래가 끊기자 자기 회사와 거래를 시작했다는 것이었는데요. 저희는 계약 기간 중에도 의뢰인이 이전 업체와 원활히 거래하고 있었다는 자료를 제출해 이를 반박했습니다.


대응 ②
4. 숨기지 않았다는 기록
고소인 측은 의뢰인이 허위의 자금계획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부분이 사건의 분수령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정반대였습니다. 의뢰인은 재정 상황이 나빠진 사실과 대출을 실행한 사실을 고소인에게 계속 공유하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사정에 맞춰 자금계획서를 하향 조정해 다시 전달했습니다. 갚을 수 있다고 부풀린 것이 아니라, 갚을 수 있는 만큼으로 계획을 고쳐 알린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매월 빠짐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했습니다. 변제 노력이 끊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록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고소인 브랜드에 대해 자발적으로 판매 대행 업무를 협조하겠다고 제안해 대가 없이 도왔습니다. 돈을 떼어먹을 생각이었던 사람이 취할 행동이 아닙니다. 저희는 이런 사정들을 도의적으로라도 파트너십을 유지하려 한 노력으로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처분 결과
5. 불송치(혐의없음)
경찰은 의뢰인에 대해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정문에는 저희가 제시한 다섯 갈래가 그대로 인용됐습니다. ① 2015년부터 의류 도소매업을 시작해 2016~2020년 고소인 회사와 정상적으로 거래해 온 점, ② 과거 거래 규모와 현저한 차이가 없고 이전에도 분할 결제 후 완납한 점, ③ 계약 기간 중에도 이전 업체와 원활히 거래한 점, ④ 악화된 재정 상황과 대출 사실을 계속 공유하며 자금계획서를 하향 조정하고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한 점, ⑤ 대가 없이 판매 대행을 도우며 파트너십을 유지하려 노력한 점입니다.
경찰의 결론은 이랬습니다.
위와 같은 사정이 피의자의 기망 행위나 편취 범의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정리
6. 대금이 밀리는 상황에서 사업자가 남겨야 할 기록
거래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업자가 사기로 고소당하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고소인 입장에서 형사 고소가 채권 회수의 압박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방어의 재료는 평소에 만들어집니다. 고소를 당한 뒤에 급히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 과거 거래 이력을 보존해 두십시오. 같은 상대와 어떻게 거래해 왔고 어떤 방식으로 결제했는지가 이번 거래의 의사를 보여줍니다
- 사정이 나빠지면 알리십시오. 숨기고 있다가 못 갚는 것과, 상황을 공유하며 계획을 조정하는 것은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 적은 금액이라도 계속 지급하십시오. 매월 일정액을 갚은 기록은 변제 의사를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자료입니다
- 주고받은 메시지를 지우지 마십시오. 자금계획서를 어떻게 조정했는지, 어떤 양해를 구했는지가 거기 남습니다
결국 수사기관이 보는 것은 “왜 못 갚았는가”가 아니라 “갚으려 했는가”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계약 무렵의 기록에 들어 있습니다.
거래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일로 사기 고소를 당하셨다면, 사건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와 별개로 한 번쯤 특경법 사기 변호사와 본인 사건의 위치를 점검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대금을 못 주면 사기가 되나요?
되지 않습니다. 사기죄는 계약 당시에 이미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어야 성립합니다. 계약 이후 경영이 나빠져 갚지 못하게 된 것이라면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로 남습니다.
특경법이 적용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형이 크게 올라갑니다. 다만 법이 달라져도 편취 범의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는 같습니다. 계약 당시에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회사 사정이 나빠진 걸 거래처에 알리면 불리하지 않나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악화된 재정 상황과 대출 사실을 계속 공유하며 양해를 구하고 자금계획서를 조정한 기록이, 속일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가 됐습니다.
고소를 당했는데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요?
계약 무렵의 자료입니다. 과거 거래 내역과 결제 이력, 당시 주고받은 메시지, 자금 사정을 알린 기록을 시간 순서로 모으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그 기록이 계약 시점의 의사를 보여줍니다.


